교회 묘지의 유령
만일 무덤 주위를 배회하는 유령이 보인다면 이는 필시 새로이 묻힌 사람의 에테르 껍질일 것이다. 아니면 살아 있는 사람의 아스트럴체가 잠자는 동안에 친구의 무덤을 떠도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는 물질화된 상념형체, 즉 어떤 사람이 자신이 현재 그 특정한 장소에 있다고 생각하는 에너지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엘리멘탈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갖가지 현상들은 아스트럴적인 시력을 사용하는 데 익숙한 사람에게는 쉽게 다른 현상과 구별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 모든 현상을 막연히 “유령”이라 부르는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의 환영
누군가가 죽는 순간에 환영이 나타나는 것은 별로 드문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가 말하는 소멸의 순간 바로 직전에 죽어가는 사람의 아스트럴 형체가 종종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이 낯선 상태로 바뀌어 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친구를 한번 더 보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에 의해서 만들어진 상념형체일 가능성이 높다. 죽기 전이 아니라 죽음의 순간 직후에 이러한 방문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방문자는 정말로 유령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형태의 환영은 앞서 말한 경우보다 적은 편이다.
유령이 나오는 장소
범죄가 저질러진 곳에 나타나는 유령은 그 범죄자에 의해 투영된 상념형태인 경우가 많다. 죽었건 살아있건 간에(대개가 죽은 경우지만) 보통 범죄자는 끊임없이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상황을 되풀이해서 생각하곤 한다. 특히 그 범죄가 일어난 날이 돌아오면 이러한 생각이 그의 마음속에서 더욱 생생해져서 그가 만들어낸 상념형체가 보통 사람의 눈에 보일 정도로 강하게 물질화 된다. 이런 부류의 출현이 주기성을 띤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상습범들은 대개가 무감각하므로 어느 특정 범죄를 상기하여 움직이거나 하지 않지만 이런 경우에는 다른 요인들이 적용될 수 있다.
위의 현상들과 관련하여 또 다른 점은, 무시무시한 정신적 소동이 있었던 곳이나 불가항력적인 테러, 고통, 슬픔, 증오 등 일종의 격정 같은 것이 있었던 곳에서는 그러한 감정을 나타내는 아스트럴 현상이 일어나 심령적인 능력이 가장 희미한 사람조차 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런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나는 아스트럴 현상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일시적인 감각의 증폭이 필요한데, 이때 그는 그 장소가 귀신 들렸으며 자신이 유령을 보았다고 할 것이다.
심령학적인 능력이 없는 일반 사람이 위에서 말한 장소들을 방문할 때는 뭔지 모를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교수대를 지나갈 때 불편하게 느끼거나 마담 터소의 납인형관에 있는 공포의 방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불편함이 그 장소와 그곳에서 있었던 공포와 범죄를 상기시키는 물건들을 둘러싸고 있는 아스트럴 현상으로 인한 무시무시한 느낌에서 오는 것이며, 그곳에 항상 들끓고 있는 기분 나쁜 아스트럴 존재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조상의 유령
중세의 성에 있을 법한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가족 유령은 아마도 상념형체이거나 아니면 아스트럴 질료에 특별히 선명하게 새겨진 흔적일 수도 있고, 또는 사후에도 생전의 생각과 소망이 깃들어 있던 곳을 떠나지 못하고 떠도는 세속에 얽매인 조상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