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아스트럴계의 풍경
우선 아스트럴계에는 각각 그에 상응하는 물질화의 정도와 질료의 상태를 가지고 있는 일곱 개의 하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록 물질계 언어의 빈약함으로 인해 이 하부계들을 높고 낮은 것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이 하부계들이, 또는 세분화된 이 하부계들을 모두 포함하는 더 큰 계들이 책꽂이의 선반들이나 양파껍질처럼 위아래로, 또는 안팎으로 공간상에서 서로 떨어져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각 계나 하부계의 질료들은 그 자신이나 아래에 있는 계의 질료 속에 침투하고 있어서, 비록 상위의 질료들이 물질 지구에서 보다 먼 곳까지 뻗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질료가 이곳 지구 표면의 동일한 공간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어느 하나의 계, 또는 하부계에서 다른 계로 상승한다고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가 반드시 공간 속을 움직여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의식이 한 수준에서 다른 수준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질료의 어느 한 진동 질서에 대해서는 점차 반응을 하지 않게 되는 반면에, 대신 보다 고급의 정묘한 진동 질서에 응답하게 된다. 그리하여 한 세계가 그 세계의 풍경 및 거주자들과 함께 천천히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고, 한편으로는 보다 고양된 특질을 가진 또 다른 세계가 희미해지는 세계를 대신하여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더 높다거나 더 낮다는 개념이 적절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위”나 “하위”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여러 존재의 계들과 그 하부계들을 동심원적인 껍데기들에 비유하는데 대한 어떤 정당성이 있다는 관점도 있다. 모든 하부계들의 질료를 지표면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아스트럴계는 물질계에 비해 훨씬 더 광대하고 지구 표면 위로 수천마일이나 연장되어 있다. 중력의 법칙이 아스트럴 질료에도 작용을 해서, 만약 전혀 방해를 받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다면 아스트럴 질료는 아마도 동심원 껍데기들의 중심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는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운동을 하고 있고 갖가지 힘과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어서 아무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정지해 있는 이상적인 상태에 결코 도달할 수 없으며, 많은 혼합이 행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거친 밀도의 질료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변함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물질계에서 그 적당한 비유를 발견할 수 있다. 지표면에는 흙과 물, 그리고 공기(고체, 액체, 기체)가 모두 존재하는데, 대체로 말하자면 고형의 물질이 가장 아래에 있고, 그 위에는 액체, 그리고 가스질의 물질이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에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물과 공기는 소량이나마 땅 속에 침투해 있다. 물은 또 구름의 형태로 대기 중에 올라가지만 그 높이는 제한되어 있다. 1883년에 있었던 크라카토아 화산의 대폭발처럼, 격렬한 자연의 격변에 의해 고형의 물질이 대기 중으로 던져 올려질 수도 있다. 당시 화산분진은 17마일 높이까지 올라갔고, 화산활동이 진정되기까지는 3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결국 화산분진은 마치 증발된 물이 대기 중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비가 되어 되돌아오듯이 땅위로 가라앉게 된다. 공기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희박해지는데, 아스트럴 질료 역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지구에 상응하는 아스트럴세계의 규모는 상당하다. 우리의 아스트럴세계는 달이 근지점(近地點)에 있을 때 달의 아스트럴세계와 접촉하지만, 달이 원지점(遠地點)에 있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점으로부터 어느 정도 정확하게 그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접촉은 당연히 가장 높은 유형의 아스트럴 질료에 제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