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모든 종류의 자연령
이 부류는 너무나 많고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어서 이것들을 제대로 다루려면 이 주제만으로 별도의 논문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자연령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그 공통된 특성들에 대해 언급하는 정도로 충분할 듯 하다.
우선, 우리는 여기서 지금까지 고찰해 온 모든 것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엘리멘탈 에센스나 동물의 아스트럴체를 “비인간적인” 존재로서 올바르게 분류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것들에 영혼을 불어넣었던 모나드 에센스는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현재의 우리와 필적할만한 미래의 인류로서 현현하는 수준까지 진화해 갈 것이다. 또한, 우리가 이전 세계의 주기들에서 우리 자신의 진화를 무수한 시간을 통해 되돌아본다면, 지금 우리의 원인체도 그와 비슷한 단계들을 거쳐 상승의 길을 통과해 온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연령의 광대한 세계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우리들과 같은 인류의 구성원이었던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진화노선은 우리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고, 우리들과의 유일한 관계는 일시적으로 같은 행성에 살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물론 당분간 그들과 우리는 이웃지간이기 때문에 서로 만나게 되는 일이 있으면 이웃답게 친절히 해야 하겠지만, 진화의 노선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그다지 없다.
많은 책의 저자들은 이와 같은 자연령을 엘리멘탈들 속에 포함시키고 있다. 사실상 그들은 높이 진화한 엘리멘탈들이다(혹은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동물들이다). 우리들이 다룬 엘리멘탈 에센스보다는 훨씬 높이 진보해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엘리멘탈 에센스와 공통된 어떤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그들도 일곱 개의 대 부류로 나누어져 있고, 이미 기술한 것처럼 각각 상응하는 다양한 에센스가 스며들어있는 똑같은 물질의 7상태에 제각기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알기 쉬운 예를 들자면, 지수화풍(地水火風) 각각의 질료 속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명확한 지성을 가진 아스트럴 존재들인 지(址)의 자연령, 수(水)의 자연령, 풍(風)의 자연령, 그리고 화(火) 혹은 에테르의 자연령들이 있다.
어떤 종류의 생명체들이 지구의 지각이나 바위의 딱딱한 물질 속에 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 대답은 다음과 같다. 흙의 자연령들은 아스트럴 질료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바위를 구성하는 물질은 그들의 활동이나 시야에는 아무 장애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고체 상태의 물질은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환경적 요소라서 그것에 익숙해져 있고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물이나 공기, 혹은 에테르 속에 살고 있는 자연령들도 마찬가지이다.
중세의 책에서는 이들 지(地)의 자연령들은 종종 노움(gnome)이라 불리며, 반면 수(水)의 자연령들은 운디네(undines), 풍(風)의 자연령들은 실프(sylphs), 그리고 에테르의 자연령은 사라만다(salamanders)라고 불렸다. 대중에게는 다음과 같은 많은 이름으로서 알려져 있다. 요정(fairies), 픽시(pixies), 엘프(elves), 브라우니(brownies), 페리(peris), 지니(djinns), 트롤(trolls), 사티로스(satyrs), 폰(fauns), 코볼드(kobolds), 임프(imps), 고블린(goblins) 등등. 이 명칭들 중의 어떤 것은 한 종류에만 사용되고, 다른 것들은 모든 것에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많은 경우 인간과 닮아있고 크기는 좀 작은 편이다. 아스트럴계의 거의 모든 거주자들처럼 그들은 그들의 의지대로 어떤 모습도 취할 수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명확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그들이 취할 특정한 대상이 없을 때에 나타내는 주로 자신이 선호하는 모습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들은 육안에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보이고자 원할 때는 물질화하여 자태를 만들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고, 그들 하나하나는 인간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성이나 성향이 제각기 다르다. 그들 중 대다수는 분명히 인간과 함께 있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인간의 습성들이나 발산물들이 그들에 있어서는 불쾌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끊임없고 무절제한 욕망이 불러일으킨 아스트럴 흐름은 그들을 혼란시키고 짜증스럽게 만든다. 반면에, 심령주의 문헌에서 언급되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꼬마요정이나 불을 켜주는 요정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에서와 같이, 자연령이 인간과 친구가 되어 그들의 힘으로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렐 테오볼드(Morell Theobald)의 「집 주위의 영적 일꾼(Spirit Workers in the Home Circle)」 참조>
그러나 이와 같은 우호적인 태도는 비교적 드물고, 대개의 경우 그들이 인간과 만나게 되면 무관심하거나 혐오감을 나타내거나, 또는 인간을 속이거나 짓궂은 어린애 같은 장난질을 해서 악동과 같은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이런 기묘한 특징을 예증하는 많은 얘기는 외딴 산간 지역이나 농민들의 마을에 떠도는 소문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 물질 현상을 나타내 보이는 교령회에 자주 참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리석긴 하지만 악한 의도는 없는 소동과 몹쓸 장난을 본 예를 기억할 수 있다. 그와 같은 경우는 거의 틀림없이 저급한 자연령들이 참석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들의 장난은 그들의 영향력에 굴복하는 사람들에게 환영을 씌우는 놀라운 능력을 통해서 크게 힘을 얻고 있다. 때문에 최면술에 걸린 사람은 무엇이든 최면술사가 바라는 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믿게 되는 것처럼, 자연령의 장난질의 피해자는 마법에 걸린 동안은 요정이 덮어씌우는 것만을 보고 듣게 된다. 그러나 매우 드물게 마음이 약한 사람이나 스스로 무력한 공포의 상태에 빠져버려 일시적으로 의지가 정지되어 버린 사람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연령에게는 인간의 의지를 지배하는 최면술사와 같은 힘은 없다. 그들은 감각을 홀리는 것 이상의 일은 할 수 없지만, 그 일에 있어서는 의심할 바 없는 대가여서 상당한 수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마법을 걸었던 여러 예가 있다. 인도의 마술사가 어떤 대단히 불가사의한 묘기를 해내는 것은 특별한 힘을 사용해 주도록 요정들의 도움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즉 실제로는 관중들 모두를 실제로 환각에 빠지게 하여 사실상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들었다고 상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자연령들을 아스트럴 인류의 일종으로 간주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 중 어느 것도, 심지어 그들의 가장 상위의 존재마저도 영속적으로 윤회하는 개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그들의 진화 선상에서 우리와 명백히 다른 한 가지는 영속적인 개체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상당한 정도의 지성이 계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통과해 온 단계나 지금부터 통과해야 할 단계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는 거의 알 수가 없다.
상이한 하부 부류마다 그들의 삶의 기간은 제각기 매우 다른데, 어떤 것은 굉장히 짧고, 또 다른 것은 우리들 인류의 생애보다도 훨씬 길다. 우리는 전적으로 그들의 삶의 바깥에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의 상태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전체적으로는 마치 매우 좋은 물질적 환경 속에 있는 행복한 아이들이 누리는 삶처럼 단순하고 즐거운 듯하고, 책임 같은 것들이 없는 종류의 존재양식인 듯 하다.
그들이 꾀가 많고 장난치길 좋아하긴 하지만, 어떤 부당한 강요를 하거나 귀찮게 하지만 않는다면 악의를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집단적으로는 어느 정도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지니고 있어서, 그들은 일반적으로 아스트럴계에 처음 나타나는 인간과 마주치는 것을 불쾌해 하는 듯 하다. 따라서 아스트럴계의 신참자는 보통 무엇인가 불유쾌한 또는 두려운 형태로서 그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만약 그 사람이 그들의 변덕스런 장난에 놀라기를 거부한다면, 그들은 곧 그를 어떤 필요악으로 받아들이고는 그 이상은 그에게 주의를 보내지 않는다. 반면 그들 중의 일부는 얼마쯤 지나면 친해져서 그 사람을 만나면 반가움을 나타내 보이기도 한다.
이 다양한 부류들 중의 어떤 종들은 그다지 어린애 같지가 않고, 지금껏 우리들이 기술해온 것들보다는 더 고귀하다. 숲의 신 혹은 마을의 신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존경 받아온 존재들 중에서 저급한 종류의 것들은 바로 이런 유형에 속하는 것들이다. 이와 같은 것들은 자기에게 표시한 존경의 찬사에는 대단히 민감하여 그것을 기뻐하고, 보통 그 사례로 자기가 해줄 수 있는 어떤 작은 일이라도 기꺼이 해주려고 한다(마을신은 인공적인 존재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종류에 대해서는 그에 적합한 곳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대사는 필요한 경우 자연령의 조력을 얻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보통의 마법사는 초환(招還)이나 소환(召喚)을 통해서만 자연령의 도움을 얻을 수가 있다. 즉, 애원함에 의해서 그들의 주의를 끌어 그들과 어떤 종류의 거래를 하거나, 또는 그들을 강제적으로 복종시키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어느 방법도 극히 바람직하지 못하다. 게다가 복종을 강요하는 후자의 방법은 자신에게 아주 치명적으로 될 수 있는 단호한 적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말할 것도 없이 자격 있는 대사 밑에서 오컬티즘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그런 종류의 일을 시도할 수 있도록 허락받는 일은 결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