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껍질
이것은 마음의 모든 입자들이 사라져버리고, 오직 마지막 분해 될 일만이 남아있는 단순한 아스트럴계의 송장이다. 이것은 어떤 종류의 의식이나 지능도 전혀 갖지 않으며, 마치 흘러가는 미풍에 의해 구름조각이 이리저리 떠다니듯이 아스트럴계의 흐름을 타고 수동적으로 표류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어쩌다 영매의 오라 영역 안에 들어가기라도 할 때면 일순간 갑자기 전기라도 통한 듯 오싹할 정도로 활기를 띤다. 이것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죽은 이의 평소 자태를 그대로 닮아 있으며, 어느 정도까지 그의 익숙한 표현이나 필적을 재현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단지 뒤에 남은 아스트럴 입자들의 자동적인 행위, 즉 자극을 주면 습관화 되어 있던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표현 속에 어느 정도의 지능이 포함되어 있다 해도 그것은 그 형체의 옛 주인공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영매나 혹은 영매의 “지도령”에 의해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통해 이 껍질이 일시적으로 활성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것은 다음 항목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이것은 또한 망령으로서의 마지막 단계 동안에 빈번히 일어났던 것과 같이 저급한 파동에 여전히 맹목적으로 반응하는 성질을 갖는다. 그리하여 악한 욕망이나 정욕을 왕성하게 가진 사람이 물질화의 교령회에 참가했을 경우, 의식이 없는 이 껍질들에 의해 그것이 더 강화되어 돌아오는 것을 쉽사리 발견하게 된다.
또한 이 항목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또 한 가지의 송장이 있는데, 이것은 사실 인간의 사후 과정 중에서 훨씬 초기 단계에 속하는 것이다. 앞에서 이미 말했듯이 육체의 사후 비교적 빠르게 아스트럴체가 재배열되면서 그와 함께 에텔 복체가 벗겨지게 되는데, 이 후자 역시 아스트럴 껍질이 나중에 그리 되는 것과 똑같이 서서히 분해 되어간다.
그러나 이 에테르 껍질은 우리가 지금까지 말해온 아스트럴 망령이나 껍질들처럼 목적 없이 떠돌지는 않는다. 그와는 달리 썩어가는 육체의 주변에 머무른다. 조금만 민감한 사람이면 이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듣는 묘지 주변의 유령에 관한 이야기의 대부분이 에테르 껍질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심령능력이 개발된 사람이라면 공동묘지 근처를 지나면서 최근에 사체를 매장한 무덤들 위로 청백색의 뿌연 형체들이 배회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자신의 보다 낮은 대응물인 사체(死體)와 마찬가지로 부패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그것은 결코 유쾌한 광경은 아니다.
이것 역시 다른 종류의 껍질들과 마찬가지로 의식과 지능을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며, 어떤 특수한 조건하에서 끔찍한 형상으로 얼마동안 활성화 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일은 흑마술 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형태의 어떤 혐오스러운 의식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이리하여 인간은 물질계에서 천계에 이르는 여정 중에 서서히 부패되어가는 3종류의 송장을 남기게 된다. 가장 둔중한 육체와 에텔 복체, 아스트럴체가 그것인 바, 이 모든 시체들은 자연의 경이로운 화학작용에 의하여 차츰 그것을 구성하고 있던 원소들로 분해 되어 자기가 속했던 세계의 질료로 환원된 후 재사용된다.